2023. 1. 9. 21:54ㆍ사진촬영 이야기/사진 이야기
앞서 초점거리와 화각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마지막에 잠깐 조리개에 관해 설명하기는 했지만 자세하게 다루는 건 이번 편에서 해보고자 한다. 일단 조리개는 말했듯이 사람 눈의 홍채와 같다. 이미지 센서에 도달하는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서 심도의 변화가 나타난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생긴다. 빛의 양을 조절하는데 왜 심도의 변화가 생기는 걸까?
일단 심도라는 말에 대해서도 궁금할 수 있으니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심도(深度)'란 사전적 의미 그대로 깊은 정도를 말한다. 흔히 말하는 아웃포커싱의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위 사진은 가장 우측 마네킹을 기준으로 초점을 잡고 촬영했다. 실내이다 보니 셔터속도와 ISO를 자동으로 놓고 조리개만 조절하여 찍었고 위 사진에서 조리개값은 f9이다.
그리고 같은 위치에서 조리개를 f1.8까지 개방하여 촬영했다. 위 사진과 차이점이 보이는가? 가장 좌측 마네킹을 위의 사진과 비교해보면 상이 흐려진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위 사진 두 장을 보고 조리개 값에 따라서 배경의 흐림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위처럼 뒤쪽 배경도 비교적 선명한 것을 '심도가 깊다'라고 말하며 아래 사진처럼 배경이 흐려져 초점을 잡은 부분만 선명한 것을 '심도가 얕다'라고 말한다. 얕고 깊다는 말이 확 와닿지 않는다면 쉽게 심도가 깊으면 깊은곳까지 초점이 맞는다는 소리구나, 심도가 얕으면 얕은(얇은) 부분만 선명하구나! 라고 이해하면 된다.
보통 풍경사진이나 익스트림 롱 샷을 찍을때, 피사체와 배경 모두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사진을 찍을때 심도가 깊은 조리개값 혹은 렌즈를 선택하게 된다.
어랏 방금 뭔가 이상한 말을 했다. 심도가 깊은 조리개값은 알겠는데 심도가 깊은 렌즈는 무엇인가?! 바로 광각 단의 렌즈를 말한다. 광각단이란 전 게시글에서 말한 표준화각단(50mm 즈음)보다 짧은 초점거리를 가진 렌즈들을 말한다. 그렇다면 단순히 조리개값으로만 심도를 조절하는 게 아니라는 말인가? 그렇다. 같은 조리개 값이라도 같은 위치에서 같은 피사체를 찍을 때 광각렌즈는 심도가 깊게 표현되며 망원렌즈는 심도가 얕게 표현된다.
점점 복잡해지는 느낌인데 간단하게 그림을 통해 알아보자
일단 광각, 망원 이런건 둘째치고 초점이 맞는다는 건 무엇일까?
우리가 피사체를 식별할 때도 마찬가지로 어디선가로부터 온 빛이 대상에게 부딪히고 반사되어 나온 빛을 센서로 받아들이고 그 빛의 정보를 통해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위 그림에 눈코입의 각각 다른 부분에서 나온 빛들이 렌즈를 통과하고 어느 점에 모이게 되는데 이때 빛들이 정확한 위치에 다 모이게 된다면 선명한 상이 만들어질 것이고 제각기 다르게 맺힌다면 제대로 모인 부분만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일단 렌즈가 광학적 수차가 없다는 가정하에 위 그림처럼 모든 피사체가 한 점에서 일직선 방향으로만 반사를 한다면 모든 부분에 있어서 초점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위 마네킹 사진처럼 피사체들이 앞 뒤 입체적으로 배치되어있다면 어떻게 될까?
위 그림처럼 뒤쪽에 있는 피사체들(왼쪽 초록색 점들을 아까 마네킹들이라고 생각하자. 가운데 선은 렌즈)의 상은 센서의 뒤에 맺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상이 선명하지 않고 흐릿해지는 것이다.
이게 기본적인 초점이 맞는가 안 맞는가에 대한 설명이다. '퍼진 빛들이 한 점에 모이면' 선명하다! 라고 알아두자. 이게 제일 중요하다. 한 점에 모이면!
그럼 이 상황에서 조리개를 조이면 어떻게 될까?
위 그림에서 앞에 조리개를 추가해봤다(갈색선).
어라? 위 그림과 차이가 없다 똑같이 상은 센서 부의 뒤에 맺힌다. 이게 무슨 일 일까? 자 위에 강조했던걸 다시 생각해보자.
센서부에 어느 광선이 더 좁게 모여있어 보이는가? 바로 왼쪽 조리개를 조였을 때 선들이 오른쪽 조리개가 없을 때의 선들보다 좁게 센서에 닿아있는걸 볼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초점이 맞지 않는 건 수 많은 반사된 광선들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그 난장판의 빛들이 여기저기에 넓고 지저분하게 닿을 때 서로 겹치고 흩어지며 이미지가 흐리게 보이는 것이다. 이때 조리개를 조여서 완전하게는 아니더라도 센서에 가장 잘 모일 수 있는 빛들만 걸러 준다면 비교적 선명하게 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시력이 안 좋은 사람들이 주먹을 말아쥐고 주먹 사이에 아주 작은 구멍으로 바라보면 비교적 선명하게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난반사된 빛들을 잡아서 제거해주고 제대로 들어온 빛들만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의 문제는 지저분한 빛들이라도 어쨌든 빛인지라 다 걸러내고 나면 들어오는 광선이 적어져서 사진이 어둡게 찍힌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이때 셔터속도 혹은 ISO를 통해 사진의 적정 노출을 맞추게 된다.
이렇게 조리개를 조여서 지저분한 빛들을 걸러주면 사실 심도 확보 이외에도 렌즈의 여러 광학적 수차들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이 부분은 나중에 다루겠다).
그럼 이제 왜 초점거리가 짧은 광각 렌즈는 같은 f값(조리개값)이어도 심도가 깊고 망원렌즈는 심도가 얕을까?
마찬가지로 그림을 통해 이해해보자
여기서 또 한 번 강조 해본다. 촬상면에 빛이 모일수록! 선명해진다.
왼쪽 초록 점들을 각각의 피사체라고 생각하자. 넓은 부분에 걸쳐 배치되어있는 피사체들로부터 나온 빛을 망원렌즈를 통하여 받아들였을 때 센서에는 가운데 3개의 초록 점에서 나온 빛들만 센서에 닿게 된다. 센서의 크기는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망원렌즈는 넓은 부분을 다 담을 수 없게 된다. 풍경 사진을 찍을 때 망원렌즈를 쓰면 이런 문제 때문에 넓은 부분을 담을 수 없어서 광각렌즈를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또 보아야 할 것이 센서에 닿은 3개의 빛마저도 중앙만 초점이 맞고 위아래로 넓게 빛들이 닿아있어서 초점이 맞지 않는걸 볼 수 있다.
이번엔 광각렌즈이다. 광각렌즈 특성상 굴절률이 크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 있는 빛들을 다 센서에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또 위 망원렌즈보다 촬상면에 닿아있는 빛들의 면적이 좁은 걸 확인할 수 있다.
두 렌즈 모두 조리개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망원렌즈는 한점 빼고는 넓게 맺히고 광각렌즈는 모든 빛이 어느 정도 좁게 맺히므로 모든 부분에서 초점이 맞아 보이는 것이다. 대신 많은 것들을 담을 수 있는 광각 렌즈도 극 주변부에서 온 빛은 잘 모이지 않는데 이런 부분은 비싼 렌즈일수록 여러 특수 기능 렌즈를 탑재하여 주변부 화질 저하나 왜곡 현상을 물리적으로 극복하게 만들어 준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비싼 게 좋다. ^^
그래서 렌즈를 살 때 선택해야 할 부분이 내가 넓은 영역(예를 들어 풍경사진)을 찍고 싶은가 아니면 한 부분에 집중하여(인물사진 혹은 제품사진 등)찍고 싶은가를 고민해 보고 또 내가 어두운 환경에서 많이 촬영하는지 아니면 그런 거 필요 없는지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런 고민을 해본 뒤 나에게 맞는 초점거리, 조리개값의 렌즈를 선택하면 된다(보통 비싼 렌즈일수록 조리개가 많이 개방된다).
아 그냥 줌렌즈 사면 되지 않냐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사실 그래도 된다. 굳이 초점거리가 고정된 단렌즈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줌렌즈 특성상 단렌즈보다 많은 렌즈 알 들이 들어가고 그에 따라서 무게도 무거워지게 된다. 그리고 저렴한 줌렌즈의 경우 안에 들어간 렌즈 알 들의 품질이 좋지 못해서 화질의 저하가 생긴다. 바디는 고해상도 바디인데 렌즈를 안 좋은걸 쓰면 그냥 사진 크기만 크고 품질이 좋지 않은 사진을 얻게 되는 것(하지만 비싼 줌렌즈는 또 단렌즈급의 해상도를 자랑한다. 예를들어 소니의 GM군이라던지..).
그리고 또 하나 줌렌즈는 최대 개방 조리개값이 f2.8인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어두운 환경에서 많이 촬영하고 조리개 한스탑 한스탑이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오늘은 초점이 맞는다는 의미와 조리개의 역할, 그리고 망원렌즈와 광각렌즈가 왜 같은 조리개값을때 심도의 차이가 나는지를 알아 보았다. 다음번엔 보다 현실적인(?) 각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렌즈의 광학 수치 차트 즉, MTF 차트를 읽는 법에 대해서 포스팅 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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